오트밀 귀리는 외떡잎식물 벼목 곡식의 일종으로 서아시아 지역 원산입니다. 1m 이상 자랄 수 있으며 꽃은 5-6월에 핀다고 하며 메밀이나 호밀 등과 마찬가지로 척박한 땅에서도 파종과 재배, 수확이 용이하기 때문에 동유럽이나 북유럽 등지에서 많이 재배하며, 최대 산지는 러시아 입니다.
생육 적온은 25℃로 여름이 덥지 않거나 연교차가 적은 기후에 알맞은 곡식입니다. 귀리가 러시아(사하 공화국 포함)처럼 연평균 기온이 낮은 곳에서도 많이 기르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열대작물인 벼를 키우듯 여름 날씨를 이용하는 것이며 귀리 자체는 오히려 다른 맥류에 비하면 추위에 약한 편에 속합니다.
한반도에는 대략 고려시대 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귀리'라는 순 우리말 이름이 존재하는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곡식으로서는 수확량이 너무 적고, 사람 먹을 곡식을 심을 땅도 부족한데 가축 먹일 사료용 작물을 따로 재배할 만한 사정도 되지 못하므로 작물로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논밭의 성가신 잡초로 취급받으면서, 속아낸 잎이나 줄기는 사료로, 낱알은 잡곡으로 극소량 소비되기도 했습니다.
조선 후기로 가면 이앙법 등의 농업 기술 발달로 땅을 놀리는 일 없이 계속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필수작물들을 수확하고 다음 재배 기간 전까지 남는 기간에 이런저런 기호작물을 재배하는게 가능해져서 귀리를 재배할 여건이 되긴 했으나 그나마도 다른 기호 작물들에게 밀려서 많이 재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탓에 식품용 귀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웰빙 열풍 이후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지금은 주로 전라도 지역에서 재배합니다. 국내산 귀리쌀과 오트밀을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전라북도 외에 한반도에서 귀리 농사를 지었던 곳들은 강원도 평창군, 태백시나 북한의 개마고원처럼 땅이 매우 척박하여 벼를 재배할 수 없는 곳 들입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도 수확량이 많은 감자와 옥수수에 밀려 귀리 농사를 짓는 풍경은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가공 전 낱알의 모양은 안남미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모양입니다. 낱알은 겉껍질과 속껍질을 제거한 뒤, 그대로 죽을 끓여서 먹기도 하지만, 이게 매우 번거로우므로 대부분 압착 등 가공 과정을 거친 오트밀로 많이 소비됩니다. 일반적으로 식용하는 귀리는 겉귀리와 쌀귀리로 나뉘며, 쌀귀리는 속껍질이 없어 탈곡 후 정선만 거치면 바로 먹을 수 있으나 겉귀리는 속껍질이 있어 정미를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귀리는 아마도 쌀귀리가 될 확률이 높은데, 정미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 원가가 덜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귀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 각종 블로그 포스팅이나 뉴스 기사에 귀리의 효능이나 영양성분이라면서 적어놓는데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오트밀은 가공이 들어간 상태라 제조사와 제품에 따라서 영양성분이 각기 다른데, 오트밀과 생귀리를 단어 구분없이 그냥 다 귀리 하나로 퉁쳐서 쓰다보니 천의 영양성분을 가진 곡물이 돼버렸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인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쌀귀리 100g당 열량 334kcal, 단백질 14.3g, 탄수화물 70.4g, 지방 3.8g 이며 겉귀리도 대동소이 합니다. 이 수치는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2017년 조사 자료이며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그리고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알레르기 검사에도 들어가는 필수 항목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주요 작물로 취급받을 만큼 널리 재배되었고, 다른 서유럽 지역에서 말이나 소 등 가축들의 먹이로 쓴 것과 달리 이 귀리를 이용한 주식 요리가 상당히 많이 발달했습니다. 심지어 잉글랜드 등 남부 지방에서 곡물 전반을 일컫는 명사로 'corn'을 쓸 때 스코틀랜드에서는 'oat'를 썼을 정도입니다.
보통은 알곡형태도 먹기보다는 찌고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오트밀의 형태로 가공해 죽이나 시리얼 형태로 아침식사 등으로 소비됩니다. 오트밀 죽 외에도 반죽을 만들어 프라이팬에 팬케이크처럼 지지거나 비스킷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굽는 오트케이크(Oatcake)도 전통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해기스에도 보리와 함께 잘게 다져서 넣으며, 오트밀을 주원료로 빚은 에일 계통 맥주인 오트밀 스타우트도 있습니다.
현대 미국인들에게는 대체로 시골 음식이나 건강식품이라는 이미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리를 압착한 압맥(납작보리) 보리밥나 현미같은 느낌입니다. 밀가루 빵 등에 비해 영양가는 많지만 아무래도 맛이 떨어지고 껄끄러워 식감도 떨어지므로 값싼 서민의 음식, 검소하고 금욕적인 생활,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고 등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식이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적은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인체의 주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으면 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식단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합니다. 귀리 역시 주 성분의 70%가 탄수화물인 고탄수화물 식품인데도 다이어트 식품이라 불리는 이유는 포만감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흰쌀로 밥 한공기를 만들려면 생쌀 약 70~80g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귀리는 귀리만으로 밥을 지으면 엄청난 식감 때문에 먹기가 참 괴롭기 때문에 죽을 쒀 먹을 수 밖에 없는데, 흰쌀밥 한 공기 정도의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귀리죽에 들어가는 귀리의 양은 약 35~40g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포만감이 높은 이유는 귀리에 포함된 글루텐 때문에 소화가 더디고 섬유질이 워낙 많기 때문에 물 빨아먹는게 장난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어제 귀리죽을 쒀서 한 그릇 퍼 먹고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오늘 물 빨아 먹어서 굳은 귀리죽을 데우려고 물을 붓고 다시 끓였는데 어제 먹기 전보다 더 많아지는 기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같은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지만 실질적으로 섭취한 탄수화물 양은 쌀밥에 비해 절반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이라 부르는 것 입니다. 게다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똥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곡물을 적게 먹을 수 밖에 없어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귀리는 엄청난 섬유질로 흰쌀에 비해 절반만 먹었는데도 똥 생산량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좋은 선택입니다.
만약 귀리 섭취를 16시간 단식 및 공복 근력 운동과 병행한다면 상당히 궁합이 좋습니다. 일단 한 끼를 걸렀는데 남은 두 끼니에 밥을 안먹고 귀리를 먹는다면 결론적으로 하루에 흰쌀밥 한공기 수준의 탄수화물 밖에 섭취를 안합니다. 여기에 근력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단백질을 안 먹을 수 없으니 단백질까지 때려넣으면 매 끼니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공복에 근력 운동을 하면서 쌀밥 한공기 분량 먹은 탄수화물 중 일부를 또 소모할 수 밖에 없고, 먹은 단백질은 근조직 복구에 써야 되기 때문에 한 끼를 굶은 거 빼고는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실제로 쓸 에너지는 남은게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지만 한가지 걸림돌이 있는데, 맛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는 귀리를 먹은 역사가 길기 때문에 각종 요리법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귀리를 이용한 요리가 맛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세계인들의 목표도 귀리를 어떻게 하면 먹을만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정도가 한계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