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는 11월~1월이 제철이며, 경상북도 포항시 지역 특산물로 추운 겨울에 청어나 꽁치를 짚끈에 꿰어 3~10일 동안 찬 바다바람에 말린 것입니다. 본래 눈을 꿰어 말렸던 것이지만, 지금은 굴비처럼 허리 부분을 감아서 말립니다. 서술할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본디 청어를 이용한 식품이나 최근에는 꽁치로 만들은 과메기가 주류가 되다 보니 사실상 꽁치를 말리고 얼려서 만든 특산품이 되었습니다.
한입 크기의 과메기를 초장에 찍어서 생미역 싸서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취향에 따라서 생파(쪽파), 생마늘, 청양고추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미역을 못 먹는 사람이면 김, 특히 기름과 소금을 치지 않은 맨 김(흔히 말하는 돌김)에 싸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배추, 상추, 깻잎 등 각종 쌈채소에 싸먹어도 맛있습니다. 좀 더 과메기만의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돼지고기처럼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 등 여러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과메기를 묵은지 혹은 깻잎에 싸서 밥반찬으로 먹기도 합니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서 먹으면 말 그대로 밥도둑입니다. 김치찜을 해 먹어도 장난아니게 맛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메기가 일정이상으로 부드러워지지 않고 식감이 유지됩니다. 후추간에 데리야키 소스를 듬뿍 묻혀서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살짝 익히면 장어구이 먹는 기분도 낼 수 있고 오동통면이나 너구리 같은 컵라면에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 돌려서 먹으면 연한 육질의 과메기와 진한 국물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과메기의 비린내가 신경 쓰인다면 와사비를 곁들여서 초밥처럼 먹어보면 비린내가 싹 가십니다. 생 무채와 같이 먹어도 맛있습니다.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먹어도 맛있습니다. 몸통 부분의 덜마른 통통한 살 부분이 특히 맛있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고소함과 쫄깃함이 느껴집니다.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허영만의 식객에도 소개되었고 야인시대 조병옥으로 유명한 김학철이 찍은 KTX 광고도 있습니다. 과메기의 경우 완전 건조와 반건조 과메기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먹는 과메기는 반건조 과메기입니다. 반건조의 경우 생물 보다는 덜하지만 상당량의 수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온에선 쉽게 상하고 곰팡이가 핍니다. 냉장보관을 하더라도 이미 생긴 곰팡이의 생장을 억제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생선 기름이 산패하기 시작하면 역한 맛과 향이 구토를 유발합니다.
갓 사온 통과메기는 일 주일 이내라면 볕이 들이 않는 베란다에 걸어 놓고 몇 개식 뽑아 먹는 것이 가장 맛을 상승시키며 먹는 방법입니다. 그 동안에도 숙성되면서 기름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바닥에 신문지를 여러 장 깔아 두어야 합니다. 한 두름이 20마리니, 하루 서너 마리 꼴로 먹으면 일주일이면 다 먹습니다. 날이 더워 너무 빨리 숙성되거나 날이 추워 더 길어질 것 같으면 산패되기 전 냉동실로 직행해야 합니다.
먹고 남은 과메기 등 1~2일 내에 곧바로 먹을 것이 아니라면 실온&냉장이 아니라 냉동보관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 냉동한 과메기는 이후 해동하여 먹기보다는 구워서 먹는 것이 접근하기 좋습니다. 해동과정에서 실패하면 살이 흐물거리며 엄청난 비린내가 풍기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기름이 오른 과메기는 가정용 냉장고에서는 완전히 얼지 않기 때문에 해동 과정이 굳이 필요없이 그냥 꺼내놓으면 곧 먹을 수 있습니다.
보통 꽁치나 청어를 내장까지 통째 말려 만들었으나, 전국구화 되면서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내장을 빼고 반으로 갈라 만든 '편과메기'가 더 많이 생산됩니다. 반으로 갈라 만든 과메기는 건조시 부패할 염려가 적어 대략 11월부터 말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12월이 되어야 말릴 수 있는 통과메기보다는 여러모로 생산자에게 이익입니다. 또 가격이 조금 더 높다는 단점은 있지만, 손질할 필요가 없고 반건조 상태인 통과메기와 달리 바짝 마른 상태여서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이점이 있습니다.
포항 사람들은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포항 살면서도 못 먹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평생 생물만 먹고 살다가, 뜬금없이 비린내 풍기는 반건어물을 먹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포항과 멀리 떨어진 수도권이나 강원, 충청, 호남 지역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그냥 개인 입맛에 따르는 기호식품이며 같은 경상도 안에서도 부산광역시나 창원시 등 남해 쪽에서는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강한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맛, 그리고 통과메기의 경우 말려져 질기면서도 살이 있는 부분의 물컹한 식감으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음식으로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는 별미입니다. 다만 포항 지역 횟집에서는 기본 안주로 과메기는 거의 필수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혹시라도 못 먹는다면 사장님에게 다른 안주를 부탁해야 합니다.
과메기는 '경상도의 냄새 강한 해산물'이란 점에서 전라도의 홍어와 비교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나 홍어의 암모니아 냄새에 비하면 냄새의 강도는 훨씬 약합니다. 특유의 기름진 비린내가 좀 강한 정도이므로 외지인도 평소 수산물 자체에 약한 게 아니라면 홍어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말리면 냄새가 거의 안 나는 정도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만약 냄새는 싫지만 한 번 먹어 보고 싶다면 재래시장에서 찾아보면 가끔 냄새 없는 과메기를 구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주로 청어로 만들었으나, 청어 어획량이 감소하자 비슷한 꽁치로 대체한 것이 현재의 과메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원래부터 꽁치 과메기도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은 청어 어획량이 다시 증가하면서 청어 과메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청어로 만든 과메기는 훈제 청어와도 모양이나 제작방식이 거의 같습니다. 적당히 훈제만 해 주면 꽁치 과메기보다 더 기름지다고 합니다. 2014년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 청어 과메기가 소개된 뒤로는 청어 과메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훈제 청어에서 볼 수 있듯이 과메기처럼 청어 등 물고기를 말린 음식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보존식품입니다. 일본에도 청어의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훈제와 말리는 과정을 거쳐 만든 미가키 니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안동 간고등어같이 내륙에 위치한 교토에서 생선맛을 보기 위해 개발한 방식이라 교토의 명물로 불리며 한국의 과메기보다 훨씬 많은 조리법이 있습니다.
꽁치에서 기름기가 조금 빠집니다. 어디까지나 원래의 꽁치에 비해 비교적 그렇다는 말이며 실제로 과메기를 만져보면 꽁치 기름이 많이 묻어 나옵니다. 이 과메기 기름은 옷에 묻으면 잘 안 지워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기름이 표면으로 배어나오는데다 그 기름 성분의 대부분이 산패되기 쉬운 불포화 지방산이라 냄새와 식감은 일반적인 생선보다는 오래 묵은 꾸덕한 기름덩어리에 더 가깝기에, 오히려 꽁치의 기름기가 가장 강조된 요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영양가도 증가하여 그냥 꽁치보다 더 좋아진다고 연구결과가 나와있습니다. 불포화 지방산 DHA와 EPA 덩어리 입니다.
다만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닌데, 공기 중에서 쉽게 산패되는 특성상 시중에서 유통되는 과메기는 이미 건조 과정에서 산패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실은 산패된 지방산 덩어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공기와의 접촉면이 많은 편과메기 쪽이 산패가 더 심하고 통과메기는 덜하다고 하지만 통과메기의 경우 건조 기간이 4~5배 정도로 더 길어서 이 쪽도 마냥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건조 환경과 건조 전에 세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산패도가 많이 변하지만 실험 결과는 전통적인 자연건조 방법이 산패가 가장 심하고, 키토산이나 소금물 세척과 진공건조기를 이용한 인공건조를 하였을 때 산패를 가장 잘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포항에서 사먹을 거면 죽도시장보다는 호미곶 가는 길에 있는 구룡포항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실외에서 건조시키는 식품이다보니 시내 쪽에서는 포항제철소의 매연의 영향을 좀 받기 때문입니다.